거문고 (《세종실록》〈오례〉악기도설  中)

문청공의 여러 글에 거문고가 등장한다. 〈거문고를 백천(百泉)상에서 타다〉라는 글에는 다음과 같이 거문고에 대해 논하고 있다.

... 그러나 성정을 도야함에 있어서는 음악보다 더 나은 것이 없으므로 역양에 오동 가지를 구하여 청묘에 타는 거문고 줄을 늦추었다. 흰 돌 위에 반환하며 밤이 다하도록, 흰 달을 서늘한 하늘에 바라본다. 남훈전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청상의 곡조를 타기도 하니 우순을 본 것과 방불하고 문왕이 끼친 곡조를 들은 것과도 같다. 무우의 유영을 화답도 하고, 하분의 여음을 익히기도 한다. 이는 백조(百鳥) 가운데 봉황을 본 것이고 창해 속의 용이 읊음을 들은 것이다. ... (출전: 《송강집》)

거문고는 고구려 때에도 있었던 토착 악기라고 한다. 조선 고유의 글인 한글로 가사 문학의 체계를 확립시킨 문청공이 토착 악기를 애호하였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이다. 또한, 문청공의 생가(청운 초등학교 자리), 성삼문의 집(정독도서관 자리)과 박팽년의 생가(한국의 집 자리)는 모두 서울에 있다.

박학하고 고증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해응(1760 ~ 1839년)의 《연경재전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松江琴銘
 
鄭松江取朴醉琴手植桐 成梅竹手植栗 合而製一琴。
栗谷李先生置之石潭之室。 後歸坡山。
張谿谷銘之。 余嘗見之洪陽之島山。 銘曰。
寶曲阜之履。非爲餙也。考山甫之鼎。非爲餗也。愛文山之硯。非爲殺墨也。
斯琴也忠臣之所培植。賢人之所朝夕。其製也良。其銘也章。

(부족하나마 간단히 번역을 해 보았습니다. 틀린 곳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송강금명 - 송강금에 새긴 글

정송강(정철, 1536 ~ 1593년)이 박취금(박팽년, 1417 ~ 1456년)이 심은 오동나무와 성매죽(성삼문, 1418 ~ 1456년)이 심은 밤나무를 취하여 합쳐 하나의 거문고로 만들었다.

율곡 선생(이이, 1536 ~ 1584년)이 이를 석담(율곡의 호)의 방에 두었다가 후에 파산(坡山, 파산서원일 듯)으로 돌아갔다.

장계곡(장유, 1587 ~ 1638년, 서화와 문장에 뛰어남)이 여기에 글을 새겼다. 내가 일찌기 이를 홍양의 도산(島山)에서 보았는데, 새겨놓기를,

「 寶曲阜之履。非爲餙也。考山甫之鼎。非爲餗也。愛文山之硯。非爲殺墨也。 」

이라 하였다.

이 거문고는 충신이 심은 것이고, 현인이 간직했던 것이다. 만들어진 솜씨도 좋거니와, 그 문장도 얼마나 훌륭한가.

사육신이 신원(申怨)을 하게 된 것은 숙종 때(1691년)가 되어서였다. 선조 9년(1576년)의 기록을 참조하면, 당시에는 남효온(생육신의 한 명)의 《육신전》을 보고 이들이 충신이었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선조는 이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였다. (참조: 《선조실록》, 선조 9년 6월 24일 기사)

위의 거문고가 실재했고 그 내력이 옳다고 한다면, 성삼문과 박팽년, 문청공과 율곡 선생과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두 분은 같은 해에 출생하였고, 성삼문과 박팽년의 경우도 거의 그러했다. 이들은 신흥 사대부로, 왕조를 중심으로 중국과는 구별되는 조선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문청공이 강원 감사로 있을 때에 노산군(단종)의 묘를 보수할 것을 요청하는 장계를 올린 것이 사육신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송강금은 현재 전해오지 않는 듯하다.

琴軒 - 《송강집》

그대가 타고 있는 거문고 한장
드문 드문 소리 내는 대음이로세.
대음을 알아 듣는 사람이 적어
흰 구름 깊이 싸인 곳에서 타네